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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just here
그 동안 1984, 멋진 신세계, 인간 종말 리포트 등 디스포티안 소설들을 여럿 읽어보았지만 이 소설이 가장 신선했던 것 같다. 다름이 아니라, '책'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책이 금지된, 인간들이 TV나 광폭 질주와 같이 자극과 쾌락에 빠져 있는 미래를 그린다. 이 소설이 그리는 미래에서는 Fireman이 불을 끄는 소방수가 아니다. Fireman은 불을 지르는 '방화수'이다. 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방화수들이 가서 책과 그 집 전체를 태워버리는 일을 한다. 책 소지자는 경찰이 체포해 간다. 왜 그렇게 책이 금지된 미래가 되었을까? 책은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반대하게 한다. 논쟁하게 한다. 이성을 깨운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책을 보지 않고 쾌락만..
몇 년전 읽었던 지의 거장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또 한 권 재독을 하였다. 앞서 한 개의 글에서 소개했듯이, 그는 일본의 유명한 탐사 저널리스트, 저술가이며, 무엇보다도 엄청나 다독, 탐독을 하는 독서가이다. 지난달 그의 사무실인 동경 분쿄구의 고양이빌딩까지 가서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기념 사진도 찍고 왔다. 이 책은, 다치바나 다카시 자신의 '정보/지식 입출력법'에 대한 책이다. 자신이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하고 소화하여, 그것을 자신의 시각으로 출력을 해 내는지가, 자신의 비법의 정수가 담겨 있는 책이다. 물론, 그 스스로 이 책에서 밝히두듯이 방법은 수없이 많고, 그런 방법은 일반론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다치바나의 방식이 누구에게나 최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괜히 전..
건국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아마 한국의 국민만큼 건국 대통령, 국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지는 잘못 알고 있는 국가의 국민은 잘 없을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후로는 투쟁의 역사를 보냈고, 역사 또한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역사가 투쟁인 이 나라에서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시대의 인물, 건국 대통령의 훌륭한 업적들이 왜곡 일색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직면해서 한시도 편안한 날이 없었던 나라다. 편안함의 종류는 다르겠지만, 굳이 편안 했다면, 수백년간 희망이라고는 없는 노비제도에 중국에게 맨날 눌리는 국가일 때는 패배주의적으로 편안했는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는 또 편한 날이 없었다. 식민지로 수십년을 보내고, ..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이렇게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도 잘 없을 것 같다. 요즘 보면 참 '자본주의'라는 단어에 무슨 저주가 걸렸는지, 그 단어를 듣기만 하면, 이 책의 제목처럼 '돈', '탐욕'과 같은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모습을 자주 본다. TV나 영화에서는 악덕 기업주가 나와서 온갖 사악한 짓은 다 벌인다. 만화에서는 배불뚝이 검은 양복에 시가를 문 자본가가 약자를 괴롭힌다. 시위하러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듣다보면 탐욕,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깊이 숙고를 해 보았는가? 혹시, 우리가 그냥 우리도 모르게 자본주의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생긴 것은 아닐까? 종교에서는 '내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의 것..
그야말로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이다. 난 워낙에 아프리카는 잘 모른다. 가본 적도 없고 제대로 그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도 없고. 사실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아마 8-9년전쯤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안 읽고 책장에 박혀 있던 것을 이제서야 꺼내서 읽어 보았다. 책은 네덜란드인이 썼음에도, 무척 아프리카인의 입장에 서서 저술하려고 노력을 했다. 아프리카의 역사는 슬프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인류학적, 고고학적 발견이 있고, 문명도 인류 초기에는 무척 선진적이었으나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전 부터는 유럽 열강들로부터 유린을 당했다. 사실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은 아프리카의 고대라던가 좀 오래된 문명사적인 것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주된 내용은 역시나 근대사이다. 500년전 정도부터의 역사이다. 그들이 ..
원제: In Order to Live 탈북소녀로 현재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약 중인 박연미 씨의 수기이다. 북한에서의 어려운 어린 시절, 탈북 후 중국에서 겪은 고초들, 한국으로 돌아와 적응하며 북한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나가 직접 알리고, 현재의 북한 인권운동가 박연미씨가 되기까지의 여정들이 그려진다. 그냥 보통 책 읽듯이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담담한 어조로 쓰여진 책임에도 읽으며 감정이 흔들려서 어려운 책이다. 마음이 아파 가슴을 움켜쥐었다가, 화가 나서 주먹을 꾹 쥐었다가,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다가...감정이 흔들리는 책이다. 북한 전체주의하에서 살아가는 북한동포들의 참상은 정말로 끔찍하다. 그냥 단지 굶는게 아니다. 사람이 소를 잡아 먹었다고 처형을 당한다. 무상의료..
금융 교양의 목적으로 '황금'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년 전에 사뒀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었다. 저자 도시마 이쓰오는 귀금속 딜러, 금시장 트레이더, 세계금협회 조사연구가 등의 커리어를 쌓아온 '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황금'에 대한 정리가 깔끔하게 잘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초 개론서로서 읽기에 딱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금의 금융에서의 특징인 무금리, 유사시의 상대적 안정성에 대한 설명이나 인플레이션 등 경제정책과 연관해서도 그 다이나믹스가 설명이 잘 되어 있고, 금 가격의 움직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에 대해서도 fundamental 수급이나 투기자금의 구성에 대해서도 소개가 잘 되어 있다. 금본위제에도 금화본위제, 금지금본위제, 금환본위제에 세 종류가 있..
짧은 분량의 책 임에도 불구, 폴 존슨이라는 걸출한 저자의 힘인지, 이 책은 르네상스 전반을 폭넓게 다룬 책이다. 기존에 '르네상스'의 개념을 막연 하게만 알고 있던 터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의 비교적 심플하게 구성을 했다. 르네상스의 역사/경제적 배경으로 시작하여 문학/학문, 조각, 건축, 회화의 4개 분야를 챕터 한 개씩 할애하여 소개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를 다루었다. 폴 존슨은 르네상스의 배경을, "세계 역사상 최초의 부가 점차 축적되어 성장 확산되고, 중간 기술을 규범으로 삼는 사회가 부상하는 중에 언어가 인쇄되고 분배되는 방식의 놀라운 혁명이 일어나던 상황"으로 요약을 한다. 경제적, 기술적 발전이 르네상스의 기초 배경이 되었다는 ..
이 는 내가 , 이후 읽어본 최인훈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다. 는 의 속편 격으로, 의 끝에서 이유정에 방으로 들어간 주인공 독고준이 새벽2시에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다만, 독고준의 의식속을 그리는 소설로,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떤 통속적인 판타지 소설처럼 가벼운 주제가 아니라 '민족주의', '대한민국 근대사', '우리의 정체성'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책 뒤의 서평들을 읽어보니 역시나 최인훈 작가 작품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극단의 소설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 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이해에 도움을 줬던 것은 주인공 독고준이라는 인물의 배경이다. 독고..
부제: 348개 맛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일본 문화 이야기 이 책은 요즘 일식에 푹 빠져 있는 나에게 참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일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어를 할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일식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 나이다. 그러다보니, 내가 사는 이 곳 상하이의 넘쳐나는 일식 음식점 옵션 하에서나 매달 여행하는 일본에서나 음식 주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공부가 많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반드시 요리 소개 책으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부제에서 말하는 것처럼 일본 문화 이야기이고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생각되는 현직 외교관 저자는 음식에서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여 일본 문화와 역사의 면면들을 한국인의 시각에서 아주 잘 소개를 해주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