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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맛집 - 상하이 편 #2 (美心 翠園 딤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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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맛집 - 상하이 편 #2 (美心 翠園 딤섬)

Dharmaniac 2016. 2. 13. 15:58

중국의 기나긴 구정 연휴가 이제 다 지났다. 공식적으로는 내일(일요일)부터 다시 업무에 들어간다. 구정 연휴를 길게 만드느라 주말이 대체 근무일이 되는 경우이다. 자, 그럼 연휴의 마지막 점심은 무엇으로 할까 하는 고민 끝에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딤섬집으로 가기로 했다. 

이 곳은 주중에는 오전11시,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픈한다. 늦으면 자리도 없다. 일단 오픈 할때 가거나 아니면 늦게 가서 기다리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나는 기다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10시까지 가서 바로 들어간다. 기다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늦을 것 같으면 아예 가지를 않는다. 

이 곳 美心 翠園(MEI-XIN* JADE GARDEN)은 홍콩 MAXIM 그룹에서 운영하는 유명한 '광동 음식점'이다. 오전/점심 시간에는 딤섬(點心, Dimsum)을 주메뉴로 두고 있다. 

*MEI-XIN : MAXIM을 중국어로 한 것이다.

깔끔한 셋팅이다. 그릇과 찻잔을 같은 시리즈로 준비했다. 왜 젓가락이 두 개인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씀드리겠다. 바깥쪽 젓가락은 자신의 그릇으로 덜어올 때 쓰는 것이고, 안쪽의 젓가락은 먹을 때 쓰는 것이다. 좀 좋은 음식점들에 가면 대부분 자리마다 이렇게 젓가락이 두 개씩 비치되어 있다. 오늘은 기름을 빼기 위해 푸얼차(普洱茶, 보이차)를 시켰다.

딤섬 메뉴는 이렇게 종이에 사진과 함께 있다. 우후후, 맛나 보인다... 왼쪽 아래에는 '不添加味精(MSG를 첨가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써져 있다.

바로 자기가 시키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서 체크를 해서 종업원에게 건네주면 된다. 건네주면 종업원이 다시 동그라미를 치며 확인을 해준다.

자, 기분이다! 오늘 나 오늘 다섯 개나 시켰다. 다 먹을 수는 있으려나...내 경험상 빨리 먹으면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멍하니 있는 위에 융단폭격을 날리는거다. 아무튼 먹어보자.

이 국수 양청자쟝몐(羊城炸醬麵, 일종의 비빔면류)이 먼저 나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담백한 편에 속하는 다른 음식에 비해서 양념이 좀 있어서 미각을 최적으로 유지하면서 먹기에는 좋지 않다. 그래도 일단 먹자. 보면 볼수록 배고프다. 다른 걸 기다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빨리 먹는거다.

비비고 나니 이런 모습이다. 이름은 쟈장멘임에도 당연히 한국서 먹는 짜장면과는 다른 맛이다. 이 맛은 뭐랄까, 구수하면서 살짝 신 이다. 기름기가 제법 많은데도 느끼하지 않다. 국수 자체에도 본연의 맛이 있다. Egg noodle(계란 국수)이라서 그런건가. 국수가 좀 뭉쳐 있는 편이라서 몇 젓가락만에 다 먹었다.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혀에서 맛을 즐기고 목에서 넘길때의 기쁨은 있었지만, 배는 아직 뭐가 들어간지도 모르는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위는 좀 불쌍하다. 맛은 혀가 보고, 노동은 위가 하니.

오호, 오늘의 가장 메인이라고 생각했던 하까우(蝦餃, 새우만두)가 나왔다 (오늘 그러나 메인은 되지 못했다. 다른 요리가 더 훌륭했다). 아주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미치겠다.

입으로 투하하기 전에 우선 한컷...새우와 죽순의 향이 섞여 있다. 저 안의 새우는 오동통해서 씹힐 때 통~터지는 느낌이다. 나 이미 오른손으로 젓가락에 이거 들고, 왼손으로 DSLR을 들고 찍는 법을 터득했다. 이거 입으로 투하한 후에는 정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랐다. 조금 전 먹은 국수들이 내려가다가 자신들 뒤에 오는 하까우의 자태에 반했을 것 같다. 

다음은 이 놈이다. 생선같이 보이지만, 이것 역시 만두! 이름은 東星斑魚餃(동싱빤위쟈오, 가루파 생선 모양의 만두)이다. 신선한 기름에 방금 튀긴 가루파 생선 마냥 무척 싱싱해 보인다. 

만두의 눈을 보면서 동정심을 느낀 이는 내가 처음일까? 이 만두의 눈을 보면서 나는 잠시 먹을지 말지에 고민을 했다. 

그러나 물론 고민의 시간은 0.5초 이하였다. 바로 씹었다. 저 안에는 새우 페이스트로 만든 오뎅 같은 소가 들어 있었다. 그냥 새우만큼 강렬하지만 않지만 새우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새우 페이스트로 만들어진 저 오뎅은 만두에 들어가도 오뎅국물에 넣어도 훌륭할 것 같은 맛이었다. 푸른 채소 같은게 들어 있었고, 더 씹다보니 당근도 나왔다. 

자 이어지는 요리는 셴샤창펀(鮮蝦腸粉, 새우 라이스)이다. 과거 한국 친구들이 보고는 '이불'이라고도 불렀던, 딤섬 처음 먹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그 유명한 놈이다. 참고로, 나는 7세까지는 홍콩에서 자랐는데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딤섬이 바로 이거다. 당시 거의 매 주말 딤섬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이 셴사창펀(광둥말로는 '하지정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셴샤창펀에 간장 소스를 뿌린 모습이다. 이 상태로 먹으면 된다. 

안은 대략 이렇게 생겼다. 그러나 오늘은 맛이 별로이다. 간장 소스가 지나치게 달았다.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원래는 새우의 맛과 잘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내는 간장 소스인데, 설탕이 많이 들어간 듯 새우의 맛을 죽이는 것 같다. 평소에는 안 그랬는데 오늘은 참 아쉽다. 


오늘의 대미를 장식할 요리이다. 샤오마이(燒賣). 샤오마이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많이 빌려간 요리이다. 일본에도 인기 절정인 샤오마이가 있고, 샤오롱빠오 위에 새우를 얹어 만든 샤오마이도 있고 등등. 그러나 이게 바로 오리지널이다. 위에 얹는 새우는 없는 곳도 있다. 여기의 샤오마이는 새우가 다른 곳보다 좀 많이 들어간 편이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저 맛깔스런 모습은 다 잘 잡힌다. 나의 일본산 카메라도 일본에서 본 샤오마이의 오리지널을 보고서는 배가 고팠을 것 같다. 샤오마이를 찍은 후 배터리가 갑자기 확 줄어들었다는 전설도...

역시 훌륭하다. 새우는 여전히 통통함을 유지하면서 씹힐때 터지는 맛이 있었다. 연두 빛의 엷은 피 속에는 돼지고기와 새우가 버무려져 있다. 무척 얇은 피가 이 둘을 푸근하게 잘 감싸 안아주고 있다. "나 맛있어요"라고 미친 듯이 외치는 돼지고기와 새우라는, 열정과 힘 넘치는 재료 위에는 냉정한 날치알로 눌러서 안정을 되찾는다. 밸런스가 이렇듯 잘 맞는 마지막의 대미였다.


음식점 이름 : 美心 翠園

위치 : 港匯廣場 6층 (徐家匯부근). 다른 분점도 몇 개 있으나, 이 곳이 가까운 편이라서 나는 이 곳을 애용한다.


이 곳은 어제 돈가츠 집 올린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자체 랭킹으로는 상하이에서 넘버2이다. 나의 상하이 딤섬 넘버1은 사실 따로 있다. 다음번에 딤섬 소개할 때는 그 곳을 소개해보겠다. 


딤섬이란?

아, 맞다. '딤섬'에 대한 소개도 이번 기회에 간략하게 해볼까 한다. 사실 주변에서 '딤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쓰는 경우를 무척 많이 봐 왔다. 그래서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원래 이 부분을 블로그 앞부분에 넣었다가 좀 길어져서 뒤로 뺐다.)

'Dimsum(딤섬)'은 한자 '點心'의 '광둥어(廣東語)' 발음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만두, 국수와 같은 가벼운 음식', '간식' 뭐 그런거다. 광둥성에는 'Yamcha(飲茶, 얌차)'라는 습관이 있다. 말 그대로 '차를 마신다'는 의미인데, '딤섬'은 얌차를 할 때 곁들어 먹는 가벼운 음식들이다. '딤섬'은 여기에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딤섬요리도 각양각색으로 다양하게 개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도 광둥성에서는 광둥어로 '飲茶', 또는 표준어로 '喝早茶'(아침 차를 마시러 가자)라고 하면 딤섬 음식점에 가자는 뜻이다. 결국 '딤섬 음식점'이라는 맥락에서의 '딤섬'은 정확히 말하면 '광둥식의 만두, 국수와 같은 가벼운 음식이나 간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딤섬을 다른 것들과 혼동하게 쉬운 이유는 2가지로 본다. 

첫 번째로, 사용하는 한자어 단어가 같다는 문제. '點心' 한자를 만다린(普通話)으로  읽으면 'Dianxin(뎬신)'이라고 읽으며, 의미도 사실 같다. 역시 '만두, 국수와 같은 가벼운 음식', '간식' 뭐 그런거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 각각 자기 특색의 '뎬신'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절강/강소성(浙江/江蘇省) 쪽의 샤오롱빠오(小籠包, 소롱포), 상해의 셩졘빠오(生煎包, 바닥을 아삭하게 지진 군만두), 산둥성의 빠오즈(包子, 찐빵)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광동사람이 아닌 이상, 다른 지역의 뎬신을 일컬을 때 굳이 광둥어 발음 '딤섬'이라고 가리킬 이유는 없다. 

두 번째로, 다른 뎬신들을 특화 시켜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딘타이펑이라는 음식점을 알 것이다. 그 곳은 딤섬집인가? 사실 딘타이펑은 '딤섬'집이라고 할 수 없다. 샤오롱빠오(小籠包, 소롱포) 전문점이다.  '샤오롱빠오'가 '딤섬'이라고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광둥식) 딤섬 음식점'에서 샤오롱빠오가 메뉴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딘타이펑은 광둥식의 다른 딤섬들을 팔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딤섬 음식점은 아니다. 

이제 대략 구분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딤섬 음식점은 '광둥식'의 뎬신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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