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just here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잉게 숄 본문

책책책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잉게 숄

Dharmaniac 2016. 2. 8. 20:52

원제: 백장미


이 짧은 한 권의 책은 읽고 난 후의 여운이 무척 강했다. 책은 나치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그 배경이다. 대중이 히틀러에게 홀려 있을 때, 반자유적인 법으로써 국민을 압제하던 그 시기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킨 대학생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실존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생존한 누나가 실명소설이라는 형태로 썼다. 


법은 무엇일까? 왜 법이 존재하는가? 법은 항상 정당한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성찰은 흔히 그렇게 많이 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그런 법이 있으니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법은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다. 법은 개인의 존엄과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젊은이들 - 한스 숄, 조피 숄,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빌리 그라프, 알렉산더 슈모렐 - 은 다른 많은 이들이 대중과 전체 속에 매몰되어 있을 때 이러한 점을 깨달았다. 


유태인의 집단 학살이라던가, 히틀러를 반역한다고 해서 처형을 하고, 그러한 것을 보도하지 못하도록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당시의 삶이었다. 어린 한스 숄은 그러한 극단까지 가기 전의 단계도 경험했다. 자유는 단계적으로 잠식이 되는 것이다. 한스는 히틀러 유소년단 유겐트에 있으면서 노래 부르기를 금지 당했고, 깃발도 꾸미지 못했으며, 그저 전체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다. 어린 시절에 그러한 경험과, 그의 아버지의 히틀러에 대한 평소의 냉랭한 비판을 들으며 자라난 한스. 그는 중간에 바꿀 수 없는 세상이라면서 회의하며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뮌헨 대학 의과대에 진학하면서 자신과 뜻을 같이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대중들이 히틀러의 반자유적이고 국민들을 반자유적 노예로 삼는 데서 깨어날 수 있도록 운동을 시작한다. 현실적이지 못한 무장을 하거나 대놓고 싸우는 대신 그들은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 바로 '백장미 전단'이라는 전단을 만들어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히틀러에게 홀려있고, 대중에 매몰되어 있는 '개인'들의 정신을 일깨워, 그들로 하여금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었다. 당시 거의 히틀러에게 반항을 할 엄두를 내던 사람도 없던 시절, 이 젊은이들이 분연히 일어나 이 조용한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들은 결국 게슈타포에게 발각되어 모두 처형을 당하지만, 그 정신은 계승이 되어 반히틀러 운동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백장미 전단을 읽어보면, 자유의 중요함에 대한 그들의 숙성된 생각들이 잘 담겨 있으며 지금도 무척 유효한 생각들이다. 전단 및 본문의 구절들을 아래와 같이 몇 개 소개해 본다.


"본래 인간은 이 세상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진 존재인 까닭에 자신의 미래가 암울한 장벽처럼 막혀 있다고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약속에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란다. 그런 약속을 떠벌이는 사람이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한스의 아버지)


"국가 자체는 목적이 아니다. 국가는 인간성이 갖는 목적이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이러한 인간성이 갖는 목적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힘을 길러주는 것과 발전시켜주는 것이다."(백장미 전단1에 인용된 프리드리히 쉴러의 문장)


"독일 국민의 정신은 가장 깊은 근본에서부터 타락하고 무너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의 굽이마다 '합법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많았지만 그 '합법성'의 실체가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것임에도 덮어놓고 쉽사리 믿어버리면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다르게 드높여 주는 그 숭고한 가치를, 즉 인간의 자유와 자유의지를 희생시켰기 때문입니다."(백장미 전단 1)


"필요하고 합법적인 국가를 향하여 개인의 자유를 전체의 유익과 함께 보장해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각 개인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공동생활과 협력 관계를 이루어 가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과 자신의 일상적 행복을 자주적이고 자발적으로 성취하고자 힘써야만 합니다."(백장미 전단 2)


현재 세계에서의 시사점을 찾자면, 우리가 당장 가까이에서 직면하고 있는 나치와 같이 잔인하고 극단적인 반자유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 북한 정도에 대해서이겠다. 그들의 규탄하고, 그들이 국민들을 압제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영향력을 펼쳐야 한다. 북한인권법부터 통과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 자신도 언제나 국가의 반자유적 조치들에 대해 늘 눈을 밝히고 경계심을 갖도록 해야할 것이다. 자유는 자기도 모르게 차근차근 잠식되어 가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입법의 타락락은 역시나 경계할 일이다. 


설에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가 있어서 무척 좋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