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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 - 폴 존슨

Dharmaniac 2016. 2. 11. 13:35

원제: Brief Lives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저술가인 폴 존슨이 썼다. 절판된 책인데 여기저기서 찾다가 한 대형서점에서 마지막 한 부 남은 재고를 내가 운 좋게 샀다. 책은 폴 존슨이 인생을 걸쳐 직접 간접적으로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아주 짧은 小전기 형식으로 쓰고 있다. 짧은 것은 반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다. 보통 유명 인사에 대해서는 정제된 평전이나, 주관적 자아도취적 자서전 형태로 많이 읽어왔음에 이런 형식이 무척 참신하다고 느꼈다. 얼마전 그의 책 <지식인의 두 얼굴>을 읽으며 그가 인물을 평가하는 스타일과 反전체주의적 기준 설정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할 수 있었기에 이 책도 꼭 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은, 정치, 철학, 저술, 예술, 연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다룬다.  


무척 새로운 평가들이 많다. 한국에도 좀 잘 알려진 사람들 위주로 몇 개 소개해본다. 


토니 블레어. "그는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었다. 총리로서의 양심은 있어서 신문들을 훑어보기는 했다.", "그는 놀라우리만치 악의가 거의 없었다. 결코 먼저 나서 누구를 비난하는 법이 없었다."


조지 부시 1세. "조지 부시는 연설을 못했다.", "그는 굉장히 겸손한 사람으로 버였다. 하지만 처칠이 애틀리에 대해서도 말했듯이, 그는 겸손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코코 샤넬. "전쟁이 터지자 그녀는 파리에 주둔한 나치 권력으로 돌아섰으며 파리 리츠 호텔에서 독일 최고의 무장 친위대장과 공공연한 동거에 들어갔다."


저우언라이. "그는 진통제 같은 이런 지루한 얘기를 능수능란하게 늘어놓았으며 많은 이들을 현혹시켰다. 나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쩐지 협잡꾼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가 수많은 폭력에 연루되어 있으며 수많은 반대자들에 대한 체포와 고문을 지시했다는 사실, 마오쩌둥의 비밀경찰 족을 만든 실질적인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안다."


E.H.카. "카는 거의 반세기에 걸쳐 간교하고도 은밀하게 스탈린주의 러시아를 지지한 사람이었다.", "그가 레닌을 좋아하고, 스탈린을 더더욱 좋아했던 이유는 그들의 전체주의, 무자비함 때문이었다.", "역사 기록의 문제를 다룬 형편없고 위험한 책 <역사란 무엇인가>를 쓰기는 했지만 사실 그는 역사가가 아니라 정치적 선전물 쪽에 타고난 소질을 지닌 기록인이었다.", "사람보다 신념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으로 지식인을 정의할 수 있다면, 카는 그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딱 한 번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인간을 "개인으로서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대중으로서만 흥미로운" 존재라고 했다."


윈스턴 처칠. "처칠은 내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자 한순간의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노력을 아껴라. 앉을 수 있으면 절대 서지 마라. 누울 수 있으면 절대 앉지 마라.""


숀 코너리. "철학자 칸트를 '컨트(여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착각, 그런 철학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녀는 날카로운 지성은 없을지 몰라도 내가 만나본 그 어떤 사람보다 강력하고 풍부한 직감이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속을 들여다 볼 줄 알았으며 자신이 본 그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줄 알았다. 그 능력은 마법 타고난 재능이었다."


프란시스 프랑코 장군, "프랑코가 내전에서 이긴 뒤 남은 공산주의자들을 대량 학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이 승리했어도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프랑코의 공산당 파괴가 있었기에 스페인의 통일과 새로운 번영이 가능해진 것도 사실이다."

헨리 키신저. "남자의 힘은 여자에게 최음제라는 견해를 강력히 고수하기도 했다. 아무리 못생기고 뚱뚱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힘만 있으면 여자를 가질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리콴유. "내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정치인.", "정치 방정식에서 극단적인 공산주의자들을 제거한 뒤 리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자와할랄 네루. "그는 내게 자신은 온 인생을 걸고 제국주의에 대항하였노라고 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제국주의자였다."


파블로 피카소. "내가 실제로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칼 포퍼. "한번은 점심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자 그가 물었다. "어디서 점심을 할거요?" "물론 식당에서죠." "적어도 육 주 동안은 아무도 그 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백퍼센트 보증해줄 수 있겠소?" "글쎄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난 가지 않겠네.""


로널드 레이건, "그는 무자비한 사람, 특히나 상냥함 가운데서 무자비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했으나 그 누구와도 친밀하지 안핬다. 그 누구도, 낸시 여사조차도 실제로 레이건의 속사람에 다가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으로서 그는 그 어떤 상처나 비통함이나 잠시의 슬픔조차 없이, 정확히 대통령직의 필요에 따라서 오랜 동료이자 친구를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얼음처럼 차디찬 사람이었다."


버트랜드 러셀, "지혜가 없고 판단력이 형편없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그만큼 읽을거리가 많은 재미있는 책이었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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