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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돈, 탐욕, 神 : 자본주의는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 제이 리처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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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돈, 탐욕, 神 : 자본주의는 문제가 아니라 답이다" - 제이 리처즈

Dharmaniac 2016. 2. 1. 21:57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이렇게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도 잘 없을 것 같다. 


요즘 보면 참 '자본주의'라는 단어에 무슨 저주가 걸렸는지, 그 단어를 듣기만 하면, 이 책의 제목처럼 '돈', '탐욕'과 같은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모습을 자주 본다. TV나 영화에서는 악덕 기업주가 나와서 온갖 사악한 짓은 다 벌인다. 만화에서는 배불뚝이 검은 양복에 시가를 문 자본가가 약자를 괴롭힌다. 시위하러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를 듣다보면 탐욕, 자본주의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깊이 숙고를 해 보았는가? 혹시, 우리가 그냥 우리도 모르게 자본주의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생긴 것은 아닐까? 종교에서는 '내 이웃을 사랑하라,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치는데, 어쩐지 자본주의 하면 돈, 탐욕이 떠올라 이웃의 것을 빼앗는 불공정함을 저지르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의 종교관과 자본주의가 서로 대척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미국 한 씽크탱크의 연구원이면서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주된 오해들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으로 풀어주고, 기독교의 교리와 자본주의는 결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점을 탄탄한 근거와 함께 보여준다. 내 자신은 크리스천이 아니기 때문에 교리 부분은 크게 신경써서 읽지 않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저자의 통찰력과 사고가 대단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확하게 필요한 핵심들을 짚어서 정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왜곡 된, 보편적으로 따르는 신화 8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 8가지 신화를 중간중간에 소개하며 8가지의 핵심 질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펼친다. 아래와 같다. 


8가지 핵심 질문 (왜곡된 신화들)


1.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신화 1. 니르바나의 신화 - 자본주의를 선택 가능한 다른 체제가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이상과 비교한다.)


2. 좋은 의도는 결과에 우선하는가? (신화 2. 자기 만족의 신화 - 우리 행위 뜻하지 않은 결과보다는 좋은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3. 자본주의는 불공평한 경쟁을 부추기지 않는가? (신화 3. 제로섬 게임의 신화 - 거래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4. 내가 부유해지면 누군가는 가난해지지는 않는가? (신화 4. 유물론자의 신화 - 부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옮겨질 뿐이라고 믿는다.)


5. 자본주의 토대는 탐욕이 아닌가? (신화 5. 탐욕의 신화 - 자본주의의 본질은 탐욕이라고 믿는다.)


6. 언제나 기독교는 자본주의에 맞서지 않았는가? (신화 6. 고리대금의 신화 - 돈으로 하는 일은 원래 비도덕적이며 이자를 붙이는 것은 여하튼 착취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


7. 자본주의는 추한 소비지상주의 문화를 낳지 않는가? (신화 7. 예술 애호가의 신화 - 심미적인 판단과 경제적인 주장을 혼동한다.)


8. 우리는 모든 자원을 거덜낼 것인가? (신화 8. 스톱모션의 신화 - 사물은 언제나 같은 상태에 머문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인구 추세는 무한하게 계속 된다거나 지금의 '자연자원'이 미래에도 필요할 것으로 간주한다.)


나는 이 책의 백미는 5장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겼던 장이었다. 애덤스미스와 아인랜드를 오가며 '탐욕', '이기심', '자기이익 추구'에 대한 성찰을 하여 그들이 다르다고 결론을 내리는 점, 그리고 '시장'에 대한 한 구절이 무척 감명적이었으며 내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점을 너무 잘 그려준 것 같아서 좋았다. 내가 여러번 하고 싶어하던 말을 너무 잘 표현해 준 것 같다. 바로 이 구절이다.


"상하이 하늘을 나는 나비의 날갯짓이 코펜하겐의 날씨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복잡한 시장에서 우리 행동의 모든 결과를 알 수도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우리가 이기적일수록 시장이 더 잘 작동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한정된 능력과 관심, 즉 자기이익 안에서 목표를 추구할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질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모든 것을 혼합된 동기가 아니라 경건한 동기에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의 탐욕이 아니라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어느 한 사람은 물론 우리 모두의 지식을 훨씬 능가하는 고차원의 질서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이 구절을 읽고 나니 스스로의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겸손해지지 않는가? 의도와 결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숙고하게 되지 않는가?


저자는 스스로가 대학시절 제법 극단의 마르크스주의자이었음을 고백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잘 알고 있는 이유가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라는 좌의 극단과 아인랜드라는 우의 극단을 거쳐, 지금은 오스트리아 학파인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정도의 스펙트럼에 있는 것 같다. 또 독실한 크리스천이 쓴 글답게, 보통 같으면 독설이 펼쳐질 수도 있는 부분에 인내하며 너그러움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또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사회주의 좌익으로 알고 있는 중앙대 이상돈 교수가 이 책 말미에 추천의 글을 썼다는 점이다. 물론, 읽어보면 추천의 글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오락가락 억지로 쓴 글 같다. 반자본주의, 환경론자, 좌익들 뒷덜미 잡히는 책을 이상돈 교수가 적극적으로 추천할리는 당연히 없다는 생각에 껄껄 웃었다. 그가 제목에 '탐욕'이 들어가서 추천글을 써주겠다고 했다가 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라서 아차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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