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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르네상스" - 폴 존슨

Dharmaniac 2016. 1. 20. 18:48

짧은 분량의 책 임에도 불구, 폴 존슨이라는 걸출한 저자의 힘인지, 이 책은 르네상스 전반을 폭넓게 다룬 책이다. 기존에 '르네상스'의 개념을 막연 하게만 알고 있던 터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이 책의 비교적 심플하게 구성을 했다. 르네상스의 역사/경제적 배경으로 시작하여 문학/학문, 조각, 건축, 회화의 4개 분야를 챕터 한 개씩 할애하여 소개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를 다루었다. 


폴 존슨은 르네상스의 배경을, "세계 역사상 최초의 부가 점차 축적되어 성장 확산되고, 중간 기술을 규범으로 삼는 사회가 부상하는 중에 언어가 인쇄되고 분배되는 방식의 놀라운 혁명이 일어나던 상황"으로 요약을 한다. 경제적, 기술적 발전이 르네상스의 기초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성장은 해상력/육상수송 발전에 따른 유럽내외 무역, 그리고 이탈리아 도시국가 베네치아나 피렌체 등의 대규모 상업과 은행업을 그 기초로 본다. 기술 발달은 일종의 역사적 흐름으로 표현을 한다. 로마 시기에는 사실 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쟁을 통해 확보한 노예들의 노동력으로 충분히 모자라는 부분들을 메꿀 수가 있었기 때문에 기술의 니즈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로마 패망 이후 노예제가 점차 줄어들면서나 기술의 니즈들이 자라나며 기술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고 본다. 


르네상스에 가장 핵심 기폭제가 되었던 기술을 '인쇄술'로 본다. 인쇄술이야말로 유럽 전반에 걸쳐 각종 지식들이 퍼지고, 체내에 잠자고 있던 예술혼과 재능들을 깨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뭐,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큰 도서관도 기껏해야 600권 정도 장서를 갖고 있고, 유럽 전체의 책이 불과 10만권이던 것이, 인쇄된 책이 나온지 불과 45년만에 900만권까지 불어났다. 


(아 참, '르네상스'라는 용어는, 사실 그 르네상스 시기 당시에 존재하던 것이 아니고, 훨씬 후인 19세기에 이르러 그 시대를 대표한 기본적인 정신을 요약하면서 나타난 용어이다. 그 의미는 '재생'으로, 과거 그리스 로마의 위대한 문학, 철학, 예술 등이 재창조된 것이다. 이 용어는 확실히 우리에게 그 시대를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좋게 요약을 해주는 것 같다.)


학문과 문학에 대해서는 문학 위주로 이야기를 푼다. 피렌체의 문학 천재 단테, 토스카나의 보카치오와 페트라르카, 프랑스의 라블레, 잉글랜드의 초서 등을 그 대표적인 국가별 르네상스 효시라고 본다. 그들을 통해 투박한 수준의 언어들이 아름답고 정교한 언어들로 변해 갔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술로 넘어와서...각 분야별로 유명한 대가 개인과 그들의 작품들이 소개가 된다. '조각'은 대부분 들어본 적 없을리 없는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등이 소개된다. '건축'은 잘 모르는 이들이지만 브루넬레스키(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 지붕이 그의 작품), 브라만테, 산소비오 등이 소개된다. 예상대로 가장 긴 장을 할애하는 '회화'는 벨리니, 피에로, 보티첼리, 다빈치, 라파엘로 등이 폭넓게 소개된다. '회화' 편에서는 특히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앞서 '인쇄술'이 르네상스로 가는 전환점이 되었듯이, 회화에서는 '유화 물감'이 전환점이 되었다는 부분이었다. 과거 벽화 그리던 방식은 무척 복잡하고 어렵고, 수정도 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의 문제들이 많았다고 한다. 유화 물감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젤이나 캔버스 역시도 도움을 줬고. 책에 워낙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는지라 여기서 더는 생략한다. 


마지막 챕터에서 르네상스 시기의 예술이 유럽 전체에 다양한 교류를 통해 확산하는 부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 르네상스가 쇠퇴한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는 주로 종교적인 부분에서 찾아내고 있다. 신구교의 대립, 구교의 트렌트 총회 통한 예술 규제 등이 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적 이유로 주제를 제한하는 식이다. 


폴 존슨은 르네상스의 정신의 또다른 면을 짚어 냈다. 바로 르네상스를 "개인들의 작업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개인주의에 관한 것"이라고 언급한다. 위대한 개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가 바로 위대한 개인이 나오는 배경이 되었다는... 그 각도에서 도나텔로를 소개하며 언급한 무척 마음에 들었던 한 구절을 빌려오며 이 독서 후기를 마무리 한다. 


<도나텔로는 비범할 정도로 예술적인 완전성을 지녔다. 그는 명령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장인-예술가로서 위압적인 명예심을 소유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옳은 것을 자기 식으로 자기 보조에 맞췄을 것이다. 군주와 추기경들이 그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었다. 그는 평민이었지만 적어도 예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과 동등하거나 선생의 위치에서 말했다. (중략)

그는 끊임없는 독창성을 발휘하여 언제나 이전에 행해지지 않은 일을 해냈다. 그 이전에도 예술가들은 중세 예술의 특징인 집단적인 인간의 묘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청동이나 석조의 높은 돋을새김에서도 인간을 개개인으로 표현했고, 더 나아가 배경에서도 도드라지게 했다. 그러나 인간 개개인을 자기 발로 서게 하여 고대와 마찬가지로 개별 조각상으로 만든 이는 바로 도나텔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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