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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유기" - 최인훈

Dharmaniac 2016. 1. 18. 09:41

이 <서유기>는 내가 <광장>, <회색인> 이후 읽어본 최인훈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다.


<서유기>는 <회색인>의 속편 격으로, <회색인>의 끝에서 이유정에 방으로 들어간 주인공 독고준이 새벽2시에 그 방에서 나오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다만, 독고준의 의식속을 그리는 소설로,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떤 통속적인 판타지 소설처럼 가벼운 주제가 아니라 '민족주의', '대한민국 근대사', '우리의 정체성'과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책 뒤의 서평들을 읽어보니 역시나 최인훈 작가 작품 중에서 가장 난해하고 극단의 소설이라는 평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소설 <서유기>를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이해에 도움을 줬던 것은 주인공 독고준이라는 인물의 배경이다. 독고준이라는 인물은 6.25이전에 북한에 거주하다가 전쟁 후, 부모의 뜻으로 부모와 누나는 북한에 둔채, 혼자 동생들을 데리고 월남한 인물이다. 그가 북한에서 성장하던 시절, 그는 독서를 즐기고 사유를 즐기고, 어떻게 보면 조금 조숙했던 느낌의 아이였다. 또한 스스로의 생각에 깨이기 시작할 무렵 학교에서 발표하기 시작한 것들이, 북한의 학교에서 맹목적으로 가르치던 세뇌성 이데올로기에 대한 챌린지로 간주되어 비판받는 등 험난한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였다. 남한에 와서도 마찬가지. 그는 지적임에도 염세적이고 허무한 느낌의 청년으로 자라난다.


<서유기>는 그러한 그가, 이유정의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방까지 걸어가는 그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그의 머릿속에서 벌어진 생각들에 대한 남가일몽적인 묘사이다. 그가 고향인 W시까지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일제 치하에서 고문받는 여인이나 고통 받는 논개를 구원하기보다는 스스로를 구원하겠다는 지식인의 에고, 이순신 장군을 갑자기 등장시켜 시대적 상황이나 유교에 대한 관념을 묘사하기도 하고, 춘원 이광수에 대한 비판들, 그리고 이데올로기 투쟁에 대한 장황한 사유들 등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대화체 혹은 철학서처럼 그려낸다. 카프카의 변신의 모티브를 빌어 독고준이 뱀으로 변하는 장면도 제법 인상적이었다. 그 내용들은 정독을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나는 철학적 내용은 정독을 하지 않고 그냥 대략적으로만 읽었다.) 주로 한 면을 이야기하고, 또 그와 반대되는 면을 이야기하면서 독자를 혼돈에 빠뜨린다. 


결국, 역사나 문화나 그런 것들에 정답이란 없고, 혼란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가 싶다. 특히 한국의 최근 100년의 동탕이 얼마나 심했는가. 혼란의 혼란의 혼란의...책의 난해함을 고려한다면, 굳이 최인훈의 팬이 아닌 이상에야 읽을 것을 권하지는 않는다. 나는 읽다가 하도 지루해서 약간 burn out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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