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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 "관료제(원서 제목: Bureaucracy)" - 루트비히 폰 미제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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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첵] "관료제(원서 제목: Bureaucracy)" - 루트비히 폰 미제스

Dharmaniac 2016. 1. 7. 11:59



이 책은 오스트리아 경제학파,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1944년에 출판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관료제 – 비효율적이고 해악이다라고 하는 – 에 대해서 다시 개념을 정립하는데 도와준다. 우리가 관료제를 판단하는 프레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관료제의 비효율성을 동감하면서도, 그 비효율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우리가 통상 비교의 대상을 삼는 기업은 그 활동의 동인, 동기가 다름을 지적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고, 관료제는 법과 제도의 시행을 추구한다. 기업은 최대의 이윤을 올리기 위하여, 또 계속해서 변하는 시장,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반면, 관료 조직은 그 법과 제도가 경직되어 있고 바로바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적임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또 피드백이 바로바로 가능하며, 또 산술적으로도 판단이 가능한 반면, 관료조직은 그것이 가능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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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민주주의, 법치 하에서는 관료 조직 없이 어떻게 법과 제도를 시행하겠느냐는 논리를 통하여 관료조직 존재의 필수불가결성을 짚어낸다. 즉, 관료 조직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라는 – 선이나 악이 아니라는 – 것이다. 미제스 지적하는 관료조직의 문제점은 , 관료조직이 ‘담당하는 영역의 팽창’이다. 앞서 말했듯이, 관료조직과 기업은 그 목표 자체가 다르다. 시장에서의 활동에 대해서 관료조직이 행정부의 손발이 되어 이것 저것 간섭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문제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미 생산과 분배는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가장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고, 또한 정체 상태가 아니라 다이나믹하게 변해가고 있는데, 당사자도 아니고 비전문가인 관료조직이 나서서 어떤 기준으로 개입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오너쉽이 없는 어떤 정해진 법과 제도만으로 과연 무엇을 얼마나 좋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기업과 관료간의 결탁 등 온갖 시장으로 봐서는 재앙이라고 할 문제점들을 야기할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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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조직의 팽창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주의, 전체주의자들, 즉 국가를 만능으로 만들려고 하는 자들임을 그는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생기는 것에 대한 책임과 원인을 국민에게서 찾는다.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우리가 그런 사람(전체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을 뽑아서 입법을 하게 해서라는 것이다. 세상을 거대한 우체국(관료제의 표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가 이성적이 되어 그러한 폐해를 인식하여 그런 것들이 생기지 않도록 ‘투표’로써 제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민주적 공동체의 시민의 첫 번째 의무는 스스로를 교육하고 시민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얻는 것이다. 선거권은 특권이 아니라 의무이자 도덕적 책임이다. 투표자는 사실상 관직 보유자다. 즉 그의 관직은 최고의 관직이고 그것은 최고의 의무를 의미한다.”라고 꼬집어 말한다. 참으로 동감되지 않는 구절일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도 미제스는 사회주의, 전체주의를 향한 그다운 특유의 짜릿한 독설들을 이어간다. 몇 개만 소개해본다.

“비효율적인 전문가는 항상 관료적 주권을 목표로 삼을 것이다. 그는 자기가 경쟁 체제 안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에게는 전반적인 관료제화가 피난처다. 관공서의 권력으로 무장한 채 그는 자신의 재정을 경찰의 도움으로 집행할 것이다. 계획과 사회주의에 대한 이 모든 광적인 옹호의 밑바탕에는 다름 아니라 자기 자신의 열등과 비효율에 관한 내심의 의식이 종종 존재한다. 자기가 경쟁을 감당할 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미친놈의 경쟁 체제(this mad competitive system)”를 조롱한다. 자기 동포들에게 봉사하는 데 적임이 아닌 사람은 그들을 지배하기를 원한다.”

“독일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만약 사회주의자가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면 인간 본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금언을 만들어내었다. 만약 인간 본성이 바뀐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점을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회주의의 옹호자들은 자신들은 진보주의자라고 부르지만 그들은 엄격하게 관례를 존수하고 온갖 종류의 개선에 저항하는 특징을 가진 체제를 추천한다. 그들은 자신들은 Liberal이라고 부르지만, 자유를 폐지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민주주의자라고 부르지만, 독재 체제를 갈망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혁명가라고 부르지만, 정부를 전능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들은 에덴동산의 축복을 약속하지만, 세상을 거대한 우체국으로 변환시키려고 계획한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다 관청의 하급 관리다. 얼마나 매력적인 이상향인가! 얼마나 고귀한 투쟁 대의인가! 이 모든 선동 광란에 대항해서는 쓸 수 있는 무기가 단지 하나뿐인다, 그것은 이성이다. 사람이 실체가 없는 환상과 공허한 구호의 희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만 상식이 요구될 뿐이다.”

20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지만 관료제와 사회주의의 모순에 대해 집약적으로 잘 다뤄진 책인 것 같다. 예전 책이라서 다소 시대에 쳐진 부분도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의 ‘개인 vs. 전체’에 대한 시대가 지나도 변치않을 철학과 신념만큼은 잘 녹아들어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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