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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 - 데이비드 워시 지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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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식경제학 미스터리" - 데이비드 워시 지음.

Dharmaniac 2016. 1. 12. 22:47

원제 : Knowledge and the Wealth of Nations (David Warsh)


이 책의 키워드는 '지식'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에 대한 경제학계 내에서의 수 많은 걸출한 경제학자들의 이론, 모델, 계량, 그리고 논쟁이 있었지만, 폴 로머라는 젊은 경제학자가 1990년에 '지식'이 '성장'에 미치는 핵심적인 역할을 발표한 논문이 결국 경제학에서의 게임체인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 언급되어 있는 두 가지 핵심 명제간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하며 그 긴 여정을 시작한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가 연구하여 성공한 이론들도 한 쪽을 택하기는 했어도 이 둘의 모순을 설명하지는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 모순은 바로 '수확 체증 (핀공장이론)' vs. '수확체감 (보이지 않는 손, 경쟁 통한 균형)'의 모순이다. 그 모순을 잘 설명해 주는 1951년 조지 스티글러의 메모를 한번 보자. "노동 분업이 시장 확장에 의해 제한되어 산업이 독점화 되는 성향으로 변화한다는 명제와 산업에는 경쟁적인 성향이 있고 보이지 않는 손이 이를 조절한다는 명제 중 하나는 잘못된 것 이거나 아니면 중요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지금 들으면 '정말 그런가?'라고 갸우뚱 할 수 있겠지만, '지식'이라는 요소가 경제학에서는 홀대되거나 깊이 연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지식'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이 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이제 1990년에 들어서서, 폴 로머가 성장에 있어 물리적 요소가 아닌 지식 축적이 실제로 가장 중요함을 증명함으로써 비로소 '지식'이 '생산'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을 받을 수가 있었다. 즉, 오랫동안 생산의 3대 요소였던 "토지, 노동, 자본"이 "사람, 아이디어, 물건"으로 대체 되기에 이른 것이다. 


로머가 개발한 (수학적 요소도 가미한) 모델이 모호 했던 지식이라는 요소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당시까지 대세였던 로버트 솔로의 성장 모델에서 '지식(기술)'은 이런 식으로 언급되고 끝이였다. "투입 요소(input)로써 기술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전통재(conventional good)도 아니고, 공공재(public good)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은 비경쟁재(nontrivial good)이며 부분적으로 배제성이 있는 재화(partially excludable good)이다."


로머의 90년 당시 두 번째 핵심 주장은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권리가 거래 비밀 및 전반적인 노하우와 관련된 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쳐 독점적 경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기존의 대세 모델인 시카고 모델이나 솔로 모델과 차이가 났다. 첫 번째로, 로머의 모델은 연구 개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로머의 모델은 독점적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 실패보다는 일종의 게임 법칙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는 나아가, 같은 사람이 동일한 지식을 반복해서 사용하거나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굳이 소유권을 부여해 막아야 하는 나쁜 속성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근에 전기차 관련 지식소유권 전부 공개한 일론 머스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책의 끝쪽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케이스가 나온다. 그야말로 거의 독점에 이른 수확체증의 실체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그 거대 회사를 가르려는 정부, 그 논쟁에 뛰어드는 경제학자들, 그 흥미로운 논쟁도 이 책에서의 읽을거리이다. 


아마 폴 로머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적을 것 같다. 그는 실제로 15년 정도 경제학계에 몸 담았다가 나중에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로머가 스키장 리프트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유레카를 얻는 장면이나, 그의 순수한 학문적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들은 참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아담 스미스 이래, 우리가 들어본/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경제학계 태산거두들의 수많은 이론들, 논쟁들, 학파들의 논쟁을 짧은 일대기와 함께 경제학의 진화를 흥미진진하게 묘사를 한다. 당초 문헌적이거나 서술적인 이론 설명에만 그치던 경제학에 수학/계량학적 요소가 편입 되던 때의 일들, 각 대학의 학풍이나 유명 학자들의 알력 싸움들, 스승/제자 관계들, 노벨경제학상에 대한 이야기들, 경제학 학회에 대한 이야기들 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700페이지의 책에 걸쳐 너무나도 많은 인물과 이론들이 언급되어 여기서는 생략을 하겠다.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세계 유명 경제학자들은 다 한번씩 들어봤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다소 생략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경제학계 내부에서는 비주류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유주의 경제학은 계량적 수학적인 학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철학, 심리학에 접근시키는 반면, 현대 경제학은 잡다한 인문학은 제껴두고 경제학만 툭 잘라내어 과학적 연구에 접근을 하다보니 다루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 전문 기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워시가 무려 10년에 걸쳐 쓴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치밀한 공부와 조사를 통하여 완성도가 높은 책이며 경제학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경제학 전반에 걸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라면 정말 강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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