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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김정운

Dharmaniac 2016. 2. 22. 18:49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김정운, 그리고 쓰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21세기 북스(2015)


복에는 2가지가 있다. 홍복(洪福)과 청복(清福). 홍복은 부귀공명과 같은 우리가 늘상 말하는 복이다. 반면 청복은 청정한 복이다. 중국 국학의 대가 남회근 선생은, 사람은 보통 만년(晚年)에 이르러서야 이 청복을 누릴 수 있을 때를 만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반대로 청복을 고통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들은 적막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젊어서부터 그러한 적막함을 즐기는 법을 알아두면, 인생을 이해하고 인생의 더 높은 경계를 체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바로 김정운 교수가 50대에 즐기기 시작한 청복에 대한 책이다. 청복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각자 마음을 연습하게 해주는 책이다. 김정운은 50대 중반에 자유인의 모습이 너무 잘 그려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4번째로 읽고 다시 자유에 대한 피가 끓기 시작, 종신 교수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갔다. 멘탈리, 피지컬리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 살며 그림을 배우고/그리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오랜 사유를 했다. 그러기를 4년. 그의 4년간의 사유를 통해 빚어낸 글과 그림들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해준다.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는 분인 것 같다. 그림도 어쩌면 그렇게 본인의 글과 비슷하게 위트 있는 느낌을 주는지, 표현의 형태만 바뀌었지 아이덴터티가 분명한 그림이다. 


이 책이 고독을 극복할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고독이라는 것은 필연이며, 자신에게 필연일 수 밖에 없는 고독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끌어 안을지에 대해 스스로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무거운 글들이 아니라 가벼운 글들이라 읽으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마음을 잠시동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게 해준다. 김정운이 심리학자라서 그런지 심리의 작동을 아주 잘 꿰고 있는 것 같다. 노스탤지어가 어떤 역할들을 하는지, 흉내가 이어져 만들어지는 공감, 시기심, 샤덴프로이데 등 많은 주제를 쉽게 설명해준다(매 글 뒤에 각 심리학이나 철학 용어들에 대해 쉬운 설명들을 곁들여 줬다). 읽다보면 책이 꼭 ‘고독’에 대한 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자아의 발견’에 대한 책이고, ‘자유’에 대한 책이다.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을 해방하는 것, 김정운에게는 그것의 발현이 바로 김정운이 앞으로 여수 바닷가변에 화실을 열고 개를 키우는 것과 연결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SNS,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고 각종 기술이 발달되어 소수와의 직접 만남보다 다수와의 간접 만남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관심이 목마른 시대, 스스로(개인)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는 시대에 한번쯤은 읽어봄직한 책인 것 같다. 청복이 왜 화(禍)가 아니라 복(福)인지 알게 될 것이다. 보고 나서 조르바의 춤이 춰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편하다. 때가 되면 나도 조르바의 춤을 추면서 미친듯이 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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