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just here

위약금이 아닌 위약금 본문

신변잡기적 에세이

위약금이 아닌 위약금

Dharmaniac 2016. 1. 7. 11:48

집에 인터넷이 안된지가 벌써 열흘이 넘은 것 같다. 항상 있던 것이 없어지니 불편한 상태인데 이제는 그럭저럭 익숙해져 필요할 때만 핸드폰의 4G로 그냥 대충 사용하고 있다. 백방으로 노력해보고 어제 전화로 통신사에 열변을 토했음에도 아마 앞으로 열흘 가까이 더 설치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것 같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는 제법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
이건 나의 반항적 기질 때문에 버티다가 일어난 사태라고 보는게 사실은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하나씩 짚어보자. 지난 6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는 인터넷이 집주인 명의로 설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매달 요금을 지불하며 큰 불평없이 (느리다는 불평 빼고) 쓰고 있었다. 그러나 12월 집주인이 바뀌면서 인터넷도 취소 시켰다. 이용을 하려면 나의 명의로 통신사인 '중국전신(中国电信)으로 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여 날을 잡아 중국전신 대리점으로 갔다. 
.
눈빛은 무섭지만 입으로는 미소를 잘 짓는 직원이 나의 여권번호/이름으로 전산을 두드려 보더니 나에게 위약금을 지불할 것이 있다고 한다. 금액은 RMB 1,100원으로 한국돈으로는 2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아니 무슨 위약금? 나는 위약을 한 일도 없고 위약 싫어하는데? 착오가 있는것 아니냐고 되묻고, 다시 조회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에도 그렇게 나온다. 그리고 이 위약금을 지불해야 다시 내 명의로 설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산에서는 이 위약금의 내역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직원의 건의대로 그 자리에서 중국전신 서비스센터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
내역을 확인해보니, 내가 6월에 이사하기 전에 살던 집에서 인터넷을 취소를 하지 않아서 나온 위약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약금일리가 없는 것이 나는 그 집에서 인터넷 계약을 1년짜리를 했고, 이사오는 달인 6월말로 종료가 되는 계약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점이니 자연히 해지가 되는 것이 맞지 않은가? 했더니, 그렇지 않단다. 내가 와서 직접 해지를 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을 연장을 하게 되고,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었으니 이 선생 당신이 매달 요금을 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우마이, WTF...이거이 참'. 기억을 더듬어 보니 8-9월경 나에게 인터넷 요금 독촉 전화가 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내가 이사가고 계약이 끝났는데 무슨 인터넷 요금이냐", 하면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1,100원 생돈을 지불할 수는 없는 법. 아까의 직원이 한층 강렬해진 눈빛과 약간은 회심의 미소로 내게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전화 다시 걸어서 상해에 없었다고 말하면 아마 그거 위약금 다 면제 처리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라는 이야기다. 내 순백의 양심으로는 그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1,100원 내야 하는, 그리고 안내면 그게 게이트키퍼로 작용하여 내가 인터넷을 쓸수도 없게 되는 상황을 떠올려보니 어쩔수 없이 한숨을 푹 쉬고 그대로 했다.
.
그 결과, 12월23일인가 나의 "부재로 인한 1,100원 요청"에 대한 심사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제 전화를 해보니 "고객님, 아마 빠르면 이번주 금요일쯤이나 심사가 끝날 거에요. 허가가 날지 안날지는 사실 우리도 모릅니다.". '뭐 빠르면 이번주말에나 인터넷 설치 다시 할 수 있겠네.'이라고 마음속으로는 결론을 내렸다.
.
사실 앞서 중국전신 직원들이 몇번 전화가 와서 내게 반복적으로 같은 것을 묻기도 해서 궁금증이 생겨 어제는 그 직원에게 물어봤다. "이런 심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집니까?" 했더니, "직원이 전화를 드리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위에 올리면 위에서 심사해서 결정합니다.". "엇, 나는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는데." 라고 하니 "아 원래 고객님께 전화걸었던 직원이 보고서를 잘못 써서 한번 더 전화가 간 것 같습니다.", '어허, 얘들 봐라...'
.
다른걸 또 물어봤다. "심사 결과가 나오면 직접 전화를 주십니까? 아니면 내가 계속 전화를 해봐야 합니까?", 답은 "고객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내가 할일은 대충 정해졌다. 
1. 금요일 오후에 중국전신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한다. 승인이 지연되고 있으면 기다리면서 수시로 전화를 건다.(참고로 내가 애들 직원 통화 모드로 넘어가기까지 다이얼 6갠가 눌렀다). 승인이 불가라고 하면 아직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멘붕 상태가 될듯. 
2. 승인이 나면 지점으로 신분증을 들고 가서 새로 등록한다.
3. 인터넷 설치 기사를 기다린다. 
.
뭐, 솔직히 내 생각에는 다음주 말까지는 인터넷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신변잡기적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 설치를 다시..  (0) 2016.01.0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