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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책의 우주" -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대담

Dharmaniac 2016. 3. 4. 16:46

책의 우주 - 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대담. 장필리프 드 토낙 사회. 임호경 옮김. 

세기의 책벌레들의 펼치는 책과 책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대화 

열린책들(2011)


책은 하나의 특별한 물건이다. 그 속에는 커다란, 아니 무한한 세계가 담겨 있다. 또, 책은 하나의 문이다. 책을 펼치는 것 무한한 세계로의 문을 여는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무한한 세계가 시작된다. 내가 열고 들어간 책에서 시작된 세계는 다른 책을 열고 들어간 세계들과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 있다. 누군가의 사유가 어떤 다른 누군가의 사유에서 비롯 되었듯이 책도 그와 마찬가지다. 사유도, 책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무한한 우주와도 같다.

책이라는 우주에서 평생 유영(游泳)해 온 두 사람, 움베르토 에코와 장 클로드 카리에르. 이 두 굉장한 독서가이자 장서가의 대담집인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책의 우주>가 아닌, <아직 책을 없앨 생각은 마시게나(N'espérez pas vous débarrasser des livres)>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굉장한 독서가들의 말들을 읽어보니 책이라는 세계는 정말 무한한 세계가 맞다. 한국어 제목을 참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열고 들어간 무한의 세계에는 에코와 카리에르가 여전히 유영하고 있었다. 손짓으로 나를 불러서는 자신들이 경험해온 그 무한의 세계의 여러 곳 들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재미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 둘은 서로 같은 문도 자주 열어 봤겠지만, 다른 문들은 더 많이 열어 왔다. 그러나 무한의 세계에서의 경험 만큼은 통했다. 이 두 사람간의 맞장구와 진화해 가는 화제는 찾아볼 수 있어도 둘의 논쟁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둘다 무한의 세계의 고수이니 알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한, 책 말고 그 무한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술, 즉 다른 ‘문’이 생겨날지라도, 책은 여전히 가장 위엄있는 문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그 세계는 버릴 수 있는 세계가 아니리라. 가장 오래 살아남은 문은 책이 아니던가. 기술도 책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장담한다. 

장서가이기도 한 이 둘은 무척 오래된 문들도 수집해오고 있었다. 구석배기 책방을 돌아다니며 싸게 사기도 하지만, 경매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주고도 그들은 고서들을 수집해 온다. 다 읽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 문을 소유하고, 사랑하고, 가끔씩 열어보는 그 기분을 그들은 아는가보다. 그들은 이렇게 모인 장서들을 

재미있게도, 이들은 어리석은 이들에 의해 엉터리로 만들어진 문들도 사랑했다. 어리석은 이들이 만든 문에 대해서도 한참 떠들어댄다. 결국은 그것들이 진실을 드러낸다고. 머릿속으로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수 많은 모래알들이 알 수 없는 모양으로 형성했고, 또 다른 모래알갱이들이 모여 알 수 없는 모양을 형성하고…이것들이 뭉쳐서 보니 가운데에 모래알갱이 하나도 없는 곳에는 말의 형상이 생기고, 그 말이 질주하기 시작하는…이 말은 진실이요, 모래알갱이들이 모이던 것은 바보짓이 아니었는가를. 에코는 말한다. “우리가 바보짓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 반은 천재이고 반은 바보인 존재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이 책을 읽기 일주일 전 움베르토 에코가 세상을 떠났다. 에코라는 지의 거인, 애서가, 장서가, 독서가에 대한 애도에 뜻으로 나는 그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이 내가 가진 책중 유일하게 읽지 않은 그의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을 사두고 일년 가까이 읽지 않다가 에코가 돌아가신 지금 펴보는 것이 내게는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으며 그가 무한의 세계에서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행운이었다. 에코와 카리에르는 이 책에서 인용하기로, 독서는 고독한 비행(非行)이요, 처벌받지 않는 비행(非行)이라고 하였다. 나도 그 비행을 계속하련다. 문을 열고 나도 계속 책이라는 우주로 들어가 유영하고 싶다. 

이 대담에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도 같이 있었다면 더욱더 재미있는 대담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본다. 이제 그 대담은 일어날 수 없음은 아쉽다. 

글이 마음에 들으셨으면 '공감' 좀 부탁드릴께요. 

저 같은 글쓰기 초보들에게는 여러분의 '공감' 하나가 용기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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