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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멸망하는 국가" - 다치바나 다카시

Dharmaniac 2016. 2. 28. 21:08

멸망하는 국가 -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다치바나 다카시의 일본 사회 진단과 전망 

도서출판 열대림(2006)


부작용이라 함은 플러스(+)의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둘은 늘 같이 움직이고 있다. 절대적인 양이나 절대적인 음과 같은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반대편이 드러나기 나름이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성장의 반대편에는 성장의 부작용이 같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의 유명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유명한 독서가로 ‘지의 거인’이라고까지 칭해지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작용들에 대해서 쓴 책이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성장한 후 겪고 있는 각종 부작용들이다. 


'국가'는, 그들이 무엇이라고 떠들건간에 '이타주의적 천사들이 모여 있는 집단'은 아니며, 그 스스로도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이기적이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모여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 대해 어떤 대단함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망치지만 말아다오' 정도의 수준을 기대할 뿐이다. ‘멸망하는 국가’라는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을 망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 특히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정치 시스템, 경제 정책, 외교 정책들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 국가의 수장인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일으키고 있는 실패와 실패로 이어질 정책 대해서 다각도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일으키는 것은 국가요, 그 책임을 지는 것은 국민이니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실패할 정부가 되도록 국민들이 노력해야 할 책임은 있지 않겠는가? 이런 글들이 바로 다치바나가 언론인이자 지식인으로써 그의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2005년초부터 1년간 기고했던 글 중, 주요한 글들을 모아 2006년에 출간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의 일들이 다뤄진다. 10년전의 책이다보니 지금 읽으면 이 책에서 비판한 것들의 유효성들이나 일어난 변화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2015년인 지금까지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 문제도 보면, 2005년 당시는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여러 번 강행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을 하고 그러한 모습들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반일 감정이 절대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치바나는 확실하게 지적을 한다. 일본이 아직도 역사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의 정치인들도 참 결단력이나 판단력, 내지는 용기가 떨어지는게 아닌가 싶다. 


작년 2015년에는 일본에서 안보법 제 반대 시위도 일어나고 했는데, 이 당시에도 법률 제정이나 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 책은 안보법이 아닌, 당시의 논의 대상이었던 일본의 헌법 제9조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펼친다. 일본의 군 관련 조항들은 2차대전 패배 후 미국과 합의하여 체결된 헌법의 9조에 명기되어 있다. 다치바나는 관련 헌법 개정 또는 법률 제정에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개정을 해야 하는 시급성이 있는 조항도 아닐 뿐더러, 원래의 법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군대를 해외에 보내 불필요하게 국제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어 일본을 보호해주는 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얼마 후에 이라크에 파병하는 것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한다. 이 파트에서는 일본의 군 관련 법령들을 요약하여 쭉 훑어볼 수 있어 좋았다. 


헌법 개정 논의를 하다가 깜짝 놀랄만한 발언도 하나 언급이 되어 있다. 지금의 총리인 아베 신조는 당시 헌법 개정을 넘어 더 공격적으로 발언, 일본이 핵 전력을 보유할 수 있다고까지 공언을 했다고 한다. 아베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 책에서 고이즈미의 후계자 후보라는 이유로 자주 소개가 되어, 조금 더 잘알게 되었다. 그는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자로 앞으로도 분명 위협이 될 수 있는 사람 같다. 앞으로 그가 어떤 식으로 또 문제를 일으킬지 걱정이 된다. 


일본의 언론에 대한 섹션도 하나 있는데, 정치권이 언론에 개입한 당시 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다룬다. 다치바나는, NHK가 일본군의 성폭력에 대한 특집을 다루려고 하는데 유력 정치인 - 아베 신조(당시 관방장관)와 나카가와 쇼이치(당시 자민당 홍보본부장) - 들로부터 압력을 받아 내용을 변경한 사건을 다루며, 정치권의 어이 없는 행동들에 혀를 찬다. NHK이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이다.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언론의 기본적인 양심, 기자정신, 정직함 등과 같은 것은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일본 ‘인사이더(insider)’이면서 동시에 해박하고 인사이트있는 지식인의 어깨 위에서 일본을 잠시라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한중일의 동북아 정세, 국제 외교하에서의 일본의 포지션도 더 알게되어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인 소득인데...동경 소재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약 8만권 장서가 있는)도 다녀온 다치바나 왕팬인 나는 보너스로 다치바나에 대해서 2개를 더 알게 되었다. 다치바나가 5살까지 북경에 살았다(1940-1945년)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고, 그가 경제학적으로는 케인스주의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미국 대공황에 대해서 밀턴 프리드먼이 그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연준위에 있음을 밝힌 것임에도, 그 원인을 시장원리라고 믿고 있다. 거기서 나아가 경제 전반에 걸쳐서 유효수요 창출과 같은 케인즈적 해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고이즈미의 경제학을 케인즈 이전의 경제학에서 멈췄다고 표현하는데, 어쩌면 다치바나도 케인즈에서 멈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다치바나가 경제학 분야의 책들은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지식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그의 마음이라면 정부의 실패나 케인스주의의 각종 오류들을 모를리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을 경제학의 상식처럼 언급하고 있다. 그래도 언제나처럼 그의 책은 읽으면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중간에, 책이 황금 달걀이 하나 툭 낳았다. 책에 소개된 것을 보고 다음에 꼭 보고 싶은 책이 하나 생겼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의 근현대사를 다룬 <천황과 도쿄대>라는 책이다. 일본을 더 깊이 있게 아는데 도움이 될 책인 것 같다. 올해 안에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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